©Eunjeong Kim
The Aspiration and the Beginning
[김은정 : 뜻과 시작] 2024.09.09-10.18
송현주 캔파운데이션 큐레이터
한국수출입은행은 2024년 9월 9일부터 10월 18일까지 옛 금고를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한 Gallery SAFE에서 김은정 작가의 개인전 《뜻과 시작 (The Aspiration and the Beginning)》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김은정 작가는 이동과 변화, 그리고 자연 속에서 개인의 위치를 탐구하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특히 '새'와 ‘구름'이라는 상징을 통해 이동의 자유로움과 동경, 그리고 자연과 인간 사이의 미묘한 연결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이번 전시를 위해 김은정 작가는 Gallery SAFE를 사전 방문하였으며, 공간을 염두에 두고 신작을 제작하였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부리 물고기 뿌리〉(2024)는 작품의 부분을 한지로 덧대 하얗게 남겨진 공간을 만든다. 마치 새의 하얀 깃털이나 구름을 연상시키는 빈 부분을 통해 관람객이 직접 상상으로 채워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김은정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새, 고양이, 들짐승, 그리고 사람은 서로 다른 서사를 담고 있지만 화면 안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숲속의 동물들이 다니는 길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작품과 작품사이에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길이 있다. 작가는 이 길 위에서 발생하였을 법한 이야기를 잦아 재조합하며, 만화 속 컷과 컷 사이의 비워진 부분인 홈통(Gutter)을 통해 생략된 이미지롤 상상하듯 숨겨진 서사를 끌어내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전시장 내부로 이어지는 〈나무가 되려고〉(2023)와 〈한강의 초록비〉(2024)는 작가가 삶에서 경험한 순간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늘 하루와 똑같은 하루는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작품 속에서 개인의 다양한 조각들이 모이고 흩어지며 다시 뭉친다. 이는 작가가 다루는 다양한 기법과 재료로 드러나며, 때때로 캔버스 위에, 혹은 동판화나 도자기로 표현된다.
작품과 작품 사이를 잇는 여정은 관람객에게도 상상과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전시 공간 전체를 하나의 큰 이야기로 연결한다. 쉼보르스카의 시 구절 "나는 등 뒤에, 손안에, 눈꺼풀 위에 하늘을 가지고 있다"처럼, 하늘은 멀리 있지 않고 우리 가까이에 존재한다. 이번 전시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발견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